<필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담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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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스토리의 첫번째 곡은 사이먼 도미닉의 <귀가본능>입니다.
배가 고픈데 밥은 먹기 싫었네
잠은 계속 모자란데 내 눈은 안 쉬려 해
(우울한 나날을 보낸 그의 삶 속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허기가 있으나 바닥난 식욕과, 졸리지만 잠에 들 수 없는 그의 삶.)
(쉬지 못하는 그의 눈동자는 바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사랑은 받길 원해 연애는 가끔 귀찮아했지만
옆에 누가 있을 때에 난 좀 괜찮았대
(우울감을 해소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보듬음을 받길 원했고, 애써 귀찮아했지만 도움이 되었다는 그의 감정입니다.)
살아갈수록 나도 나를 잘 모르겠네
진짜 무의미하다 느끼면 내 목을 조르게 돼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게 돼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일입니다.)
(꽤나 오래 살아봤지만, 다양한 일들을 겪어보았지만.)
(특히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보았음에도 나를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은 우울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무의미하다 느낀 적이 많았을 것이고 그럴때면 스스로를 옥죄여 왔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적어도 조금이나마 나를 알 수 있다는 대목은 참 안타깝습니다.)
그들 속에 섞이면 너의 하루의 끝에 내가 뭐라고 적히던
냄새도 크기도 다른 마음의 모양
비슷한 문제를 갖고 사는 서로가 한데 모여
벌써 취하겠네 각자의 페로몬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각자의 마음.)
(그럼에도 서로의 사람향기를 맡다보면 각자 같은 고민들이 있음을 알게됩니다.)
오기 전까지의 고민은 꺼낼 필요 없네
힘든 얘기도 굳이 안 해 다들 얼굴이 말해
아무도 시간을 묻지 않네 할 말이 줄지 않기에
열두 시안에 간다던 넌 택시 앱을 켜두기만 해
괜히 무리 말래도 궁디를 보란 듯이 안 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들은, 이제 얼굴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그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말은 꼬리를 물며 끊이지 않습니다.)
I'd be so gratified if we can be together
함께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면
시간을 앞뒤로 막 왔다 갔다 옮겨 다니며
돌아다니겠지 겁 없이
나의 귀가본능 너의 귀가본능
오늘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서로의 이야기 속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커지게 되고,)
(시간을 옮겨다녀서라도 계속 같이 남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언제나 지쳐왔고,)
(끊임없이 집에 가고픈 귀가본능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외로워질 우리
사랑을 하고 있다 해도 외로운 그 기분이
영원히 계속될 걸 알기에
언제나 지금이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
(만남을 마무리하고 혼자 남게 된 집은 외로움을 다시 불러일으킵니다.)
(사랑을 하며 같이 있어도 필연적으로 혼자 남은 집으로 회귀하게 되고)
(그러한 감정이 반복될 것임을 알기에)
(같이 있는 지금이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이겠죠.)
미친 듯이 좋은 날씨에 야외 자린 꽉 찼고
그래도 아쉬울 것 없이 우린 창가 쪽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 같은 표정 찾고 있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위로 받고 싶어
(좋은 날씨도, 좋은 자리도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나와 같은 고민을 지닌 다른 이의 존재였습니다.)
나를 만나는 시간만큼은 다 행복하길 바래
우울한 티 안 내려고 너가 유독 말이 많네
누가 성공하고 말고 우린 내일도 모르잖아
갑자기 진지해지는 타이밍엔 아, 오줌 마려
(그러한 만남들 속에서 그는 모두가 행복한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같은 우울함을 지닌 상대의 내면을 이해하기에)
(성공과 같은 세속적인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
(가볍고 편안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합니다.)
멀쩡한 발걸음은 귀가본능을 부추겨
야 천천히 드가 잠깐 여기 들려서 목 축여
다 같이 웃는 자리야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와보면 알아 너도 이 만남에 금방 재미 들려
(여지껏 익숙했던 귀가본능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더 편해졌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심적으로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같은 우울함을 지닌 너에게도 같이 어울리고자 손길을 건넵니다.)
I'd be so gratified if we can be together
함께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면
시간을 앞뒤로 막 왔다 갔다 옮겨 다니며
돌아다니겠지 겁 없이
나의 귀가본능 너의 귀가본능
오늘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Yeah, I love this atmosphere
서로에게 했던 실수도 이해돼
이게 내가 바라던 모습이야
나가자 바람 쐴 겸 자리도 옮기게
(이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서로의 관계 속에서 주었던 상처들이)
(지나보면 얼마나 무의미한 감정 싸움이었는지를요.)
(서로의 존재로 형성되는 편안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이제 다시 세상으로 나가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나와 주변 관계를 대할 수 있게 됩니다.)
귀가본능 그 놈의 귀가본능
오늘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날씨가 좋든 소나기가 오든
아직 나랑 너는 집에 갈 의지가 없는
I'd be so gratified if we can be together
함께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면
시간을 앞뒤로 막 왔다 갔다 옮겨 다니며
돌아다니겠지 겁 없이
나의 귀가본능 너의 귀가본능
오늘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쌈디의 첫 정규앨범 다크룸은 꽤나 파격적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사전 예고 없이 갑작스레 당일에 앨범 발매를 발표한 것인데,
그의 음악적 위상을 고려한다면
과감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앨범 자체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두고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이먼 도미닉은 슈프림팀으로 큰 인기를 누린 뒤
힙합 레이블 AOMG의 공동 대표직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대표직을 사임하게 되고,
그의 인생에서 개인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감히 그 이유와 사연을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앨범에 담겨있는 분위기와 가사를 통해
그 과정에 수많은 고뇌와 아픔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그 흔적은 다크룸 앨범에 고스란히 남아 전달됩니다.
앨범명 DARKROOM은 암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검은 방이 되겠지요.
검은 막으로 둘러싸인 방은
외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매우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입니다.
다만 빛 한줄기 들지 않는 공간임을 고려하면
그다지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는 없겠죠.
사이먼 도미닉은 그러한 어두운 방에서
그간의 아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착한 어두운 다크룸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런데 이 암실은
사진관의 현상하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사진을 현상하는 장소인 암실은
누군가의 추억과 감정, 시간을 기록한 사진을
현실로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는 그 찰나의 순간을 담아낸 사진은,
현상되어야 비로소 남들에게도 공유가 되는 것이겠지요.
사이먼 도미닉은 그간의 아픔과 그 과정을 암실 속에서 보낸 뒤
이를 현상하여 세상에 보여주고자 했고,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암실에서 보낸 시간이
꼭 침체되거나 허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아무도 닿지 않는 곳이기에
계속해서 내면에 대해 바라볼 수 있었고
말미에는 그 감정을 현상한 뒤 밖으로 꺼내어
많은 이들과 함께 돌려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 다크룸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아픔이 담긴 다크룸에 들어가고 싶은
수많은 팬들과 리스너들이 존재하겠죠.
부제 Roommates Only는 이에 대한 답입니다.
자신의 룸메이트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직역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아픔, 즉 치부를 드러낸 개인적인 공간인 암실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그와 정말 친밀한 관계인 사람일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리스너들도 이번 앨범을 통해
그의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의 룸메이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듣고 난 뒤 계속해서 여운이 남게 되는 곡입니다.
이 곡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도 있고,
어쩌면 사이먼 도미닉 조차도 부담 없이
써내려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곡이
인간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았고,
특히 코로나 시대에 그 의미를 재조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관계에 대해
사람관계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속을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직접적으로 볼 수도 없이,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신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입기도 하고
삶을 다시 시작할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어찌된 것인지
부정적인 측면은 유독 두드러집니다.
저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피어난 아픔이 내 안으로 들어와
스스로 더 큰 고통을 야기하기도 하죠.
그렇기에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게 되고
불가피한 만남 속에서
그저 다시 혼자 집에 남아있고픈 귀가본능을
마음속에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귀가본능>은 인간관계 속
밝은 모습을 다시 재조명합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간의 아픔을 치유해주었고
우울함을 떨쳐내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기가 되주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간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언택트 사회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졌고
자연스레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곤 합니다.
이제는 원하지 않아도 혼자가 될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인적 교류가 줄어들게 되자
점차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울한 감정을 생산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마다의 암실 속에 들어간 현대 사회에서
<귀가본능>은 하나의 희망곡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거리를 둔 채 살아가지만
코로나 이후의 시대 속에서는 다시 다같이 모여
서로의 회포를 풀고 대화를 나누며
이전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무엇보다도
이제 더이상 집으로 들어가야만 할 필요가 없는
귀가본능이 더이상 의미가 없는
그 날을 바라보게 해주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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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2. USED TO - 우원재 [가사/해석] (0) | 2021.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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